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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나의 이야기

안도현 시인 - 대전문학관 문학콘서트

송이 2017. 6. 23. 23:49

전주 서학동 예술마을 탐방을 마치고 대전에 6시 40분경 도착하여

대전문학관으로 향하였다. 

 

 

 

대전문학관은 대전의 문학사를 정립하여 그 전통을 계승하며

문인들의 작품과 문학 사료를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는 곳으로

2012년 12월 개관하였다.

 

 

 

 절필 3년 9개월 만에 최근 신작시 '그릇'을 발표한 안도현 시인~

그릇은 반성문(자기 성찰) 같은 시라고 하였다.

 

시인은 말한다.

시란 다른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을 시인이 대신 써주는 것이라고...

시인은  남들하고 다르게 보고 다르게 말하는 것이라고...

 

 

 

 

살구나무 발전소 라는 시를 낭독하고 있는 안도현 시인~

 

 

살구나무 발전소

 

                                                          안도현

 

살구꽃......

살구꽃......

 

그 맑고 환한 꽃이

그냥 피는 게 아닐 거야

 

너를 만나러 가는 밤에도 가지마다

알전구를 수천, 수만 개 매어다는 걸 봐

 

생각나지, 하루 종일 벌떼들이 윙윙거리던 거,

마을에 전기가 처음 들어오던 날도

전깃줄은 그렇게 울었지

 

그래,

살구나무 어디인가에는 틀림없이

살구꽃에다 불을 밝히는 발전소가 있을 거야

 

낮에도 살구꽃......

밤에도 살구꽃......

 

 

 

살구꽃이 마치 밤이고 낮이고 켜있는 알전구 같다는 시인의 시선.

뭐든지 오래 바라보면 시인이 될수 있다는 이정록 시인의 말로 대신하였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와 <연어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도 하였다.

 

네가 내 옆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아팠다.

네가 보고 싶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네가 보고 싶어서 물결이 쳤다.  네가 보고 싶어서 물속의 햇살은 차랑차랑하였다.

네가 보고 싶어서 나는 살아가고 있었고, 네가 보고 싶어서 나는 살아갈 것이었다.

 

 

세상을 사는 것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

그렇지 않다면 이쪽 마음이 저쪽 마음으로 어떻게 옮겨갈 수 있겠니?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를 어떻게 사랑하고 또 미워할 수 있겠니?

 

 

스무살 무렵부터 백석의 시를 사랑하였던 안도현 시인은 <백석평전>을 쓰기도 하였는데 

1936년에 100부 한정판으로 발행된 백석 시집 <사슴> 100권중 현재 6권이 남아있고

김영랑 시인에게 싸인해 준 백석 시집이  대전문학관에 1권이 소장되어 있는데

오늘 그 시집을 직접 보아 너무나 좋았다는 안도현 시인이었다.

 

 

시를 읽는 재미를 알아야 시를 잘 쓴다고

시를 많이 읽을 것을 권하였다.

  

 

림스 타악기 앙상블의 마린바 연주도 듣고...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도 호흡이 잘 맞았다.

 

 

기다란 막대기(?)도 악기라고 했는데 이름이 생각이 안난다.

길이가 조금씩 차이가 나며 소리도 달랐다.

 

 

 

안도현 시인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지를 골라 답도 해주었다. 

 

글을 잘 쓰려면 술을 많이(?) 마시고, 책을 많이 읽고, 연애를 많이 하라고...

진술보다는 묘사를 하라고...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대덕시낭송협회 회원들과 -

 

 

그릇

 

                                 안도현

 

1

사기그릇 같은데 백년은 족히 넘었을 거라는 그릇을 하나 얻었다

국을 퍼서 밥상에 올릴 수도 없어서

둘레에 가만 입술을 대보았다

 

나는 둘레를 얻었고

그릇은 나를 얻었다

 

2

그릇에는 자잘한 빗금들이 서로 내통하듯 뻗어 있었다

빗금 사이에는 때가 끼어 있었다

빗금의 때가 그릇의 내부를 껴안고 있었다

 

버릴 수 없는 내 허물이

나라는 그릇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금이 가 있었는데 나는 멀쩡한 것처럼 행세했다

 

월간 『시인동네』 2017.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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