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기행 - 박병순 시조시인 생가
탑사를 둘러보고 내려와 점심을 먹고
구름재 박병순(1917~2008) 시조시인 생가터를 찾았다.
시인은 평생 서기 대신 단기를 썼고,
교단에 오를 때면 '국기에 대한 경례'를 빠뜨리지 않았다고 하며
1952년 최초의 시조 전문지 '신조'를 발행하였고
한국시조시인협회장 등을 역임하며
시조의 위상을 높이는 일에 열성이었다고 한다.
2016년에 복원된 생가
속금산(馬耳山)
1. 전설
아득한 옛날 저 숫속금산은 한 밤중에 크자 했다.
암속금산은 새벽에 크자고 했다.
산 산도 아내를 사랑하여 새벽녘에 크자고 했다.
물동이를 이고 나온 아낙네가 외치는 소리
" 아! 산이 크네, 아아! 저 산이 크네"
하늘에 닿을 듯 솟아 올랐던 자웅은 주저앉았다.
숫속금산은 분노에 넘쳐 두 아들을 빼앗고,
암속금산을 발로 차 버린 차 버린 뒤,
몇 겁이 흘러도 공방 든 채로 그만 굳어 버렸다.
구름도 시름되어 저 봉을 스치는가!
구구구 산비둘기 짝을 불러 서로 나네.
사무친 그 한을 풀게 다시 솟아올라라.
2. 호수 옆에서
잠긴 두 봉우리여~
아아 두 봉우리여...
비단 무늬 건너
미칠 듯 어리었구나!
가던 길
멈추고 서서
너를 반겨 웃노라.
3. 탑
평생 모은 공이
탑으로 남아 있다.
쌓고 또 쌓으면
탑이 될 수 있건마는,
그 정성 아니시더면
보람인들 남으리.
세월 흘러가고
비바람 스치어도
탑은
탑으로서
탑으로 남아 있다.
생전에
전정한 모습
순에 삼삼하여라.
4. 천왕문에서
돌을 모으는 마음은
바로 부처의 마음!
굽이굽이 돌아 천왕문
물을 마시는 시원함이여...
금방 큰 바위가 떨어져
죽는대도 한이 없을.
5. 산정(山頂)에 서면
산둘레 산둘레가
날 날 나를 부르네.
어디를 둘러보아도
고운 산봉우리들이
손
손
손
손을 마주치며
날 날 나를 부르네.
마당에는 우물이 있고 다육이들이 자라며
향기로운 꽃차가 가득한 황토방에서
시원한 수박과 달맞이꽃차를 마시며
즐거웠던 진안으로의 나들이는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