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5일
새해 새 수첩을 받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월별 일정표에 가족들 생일을 적는데
그중에서도 첫번째로 적는 것이 윤민이의 생일이다.
왜냐하면 식구들중 생일이 제일 빠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올해도 '윤민 생일'이라 적으며 30이라 쓰고 동그라미를 쳤다.
그동안 23살 생일을 마지막으로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한 해, 두 해 윤민이는 계속 나이를 먹어
올해 30살이 되었다.
내일(6일) 생일을 앞두고 일요일이었던 오늘
그이랑 윤민이한테 다녀왔다.
가는길에 카페에 들러 조각케이크과 아메리카노 한 잔을 샀다.
도착해보니 지난 26일에 윤민이 친구인 누군가가 갔다 놓은 맥주 한 캔과
아버님이 갔다 놓은 꽃다발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몇 명이 왔다갔는지는 모르지만 고마운 친구들이다.
언젠가 우연히 마주칠 날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오후 4시가 넘어 서산으로 해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겨울날씨 답지 않게 포근해
약 1시간 가량 머물렀다.
돌아오는 길, 하늘엔 섣달 열하룻날 달이 떠 있었다.
서른살이 된 윤민이는 어떤 모습일까...
가끔 길 가다 보이는 젊은 청년들을 보며
윤민이의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하지만...
어떤 죽은 이의 말 / 이해인 詩
안녕?
나는 무덤 속에서
그대를 기억합니다
이리도 긴 잠을 자니
편하긴 하지만
땅 속의 차가운 어둠이
종종 외롭네요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보고 싶은 이들도 많은데
이리 빨리 떠나오게 될 줄 몰랐지요
나의 떠남을 슬퍼하는 이들의
통곡 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해요
서둘러 오느라고
인사도 제대로 못해 미안합니다
꼭 한 번만 살 수 있는 세상
내가 다시 돌아갈 순 없지만
돌아간다면 더 멋지게 살 거라고
믿는 것도 나의 착각일 겁니다
내 하고 싶은 많은 말들
다 못하고 떠나 왔으나
그래도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어요
삶의 정원을
순간마다 충실히 가꾸라는 것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새겨듣고
웬만한 일은 다 용서할 수 있는
넓은 사랑을 키워가라는 것
활활 타오르는 뜨거움은 아니라도 좋아요
그저 물과 같이 담백하고 은근한 우정을
세상에 사는 동안 잘 가꾸려 애쓰다 보면
어느새 큰 사랑이 된다는 것
오늘도 잊지 마세요. 그럼 다음에 또......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시집에 실린 시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보고 싶은 이들도 많은데
이리 빨리 떠나오게 될 줄 몰랐지요
......
서둘러 오느라고
인사도 제대로 못해 미안합니다
......
......
이리 빨리 떠나게 될 줄 몰랐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