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가을/ 조병화 詩
송이
2013. 9. 25. 23:41
9월 25일 오랜만에 계족산을 올랐다.
어제 비가 내리더니 가을이 성큼 다가온듯 싶고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여름의 더위는 어느덧 잊혀지는듯 싶다.
파란 하늘을 보니 조병화님의 가을이라는 시가 떠올라 적어본다.
가을
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 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 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가을
조병화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푸른 모자를 높게 쓰고
맑은 눈을 하고 청초한 얼굴로
인사를 하러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더웠었지요”하며
먼 곳을 돌아돌아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높은 구름의 고개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길가의 꽃들이 산을 오르는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준 기분좋은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