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아버지와의 이별
2015년 5월 9일
친정아버지와 이별을 하였다.
4월 25일 새벽, 30여년을 살았던 집을 나선 후
그 집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셨다.
친정아버지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4월 27일, 오전 8시차로 친정으로 향하였었다.
중환자실에 계셔 오전, 오후 면회하고
시술하시면 괜찮아 지실거라고 하여 밤 9시차로 집으로 내려왔었다.
그런데 다음날 시술중 의식을 잃으셔 시술도 못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뇌경색까지 와 왼쪽팔이 마비되고......
4월 30일, 다시 인천으로 향하였고
담당의사 면담 후 5월 1일 집 가까운 병원으로 모시기로 하였다.
4월 30일 밤, 집에 가보니 아버지께서 올 봄 사왔다는
노랑 가랑코에가 주방 창가에 놓여 있었고,
4월 23일 정기검진을 하고 타 왔다는 3개월치의 약 봉지가
나를 눈물짓게 하였다.
5월 1일 병원을 옮긴 후,
아버지께서는 중환자실에 계실때 보다는 훨씬 편안해 보이셨다.
식구들도 알아보고, 잠도 잘 주무시고, 물을 달라고 하여 물도 드리고,
몸도 뒤척이시고, 오른팔을 올렸다 내렸다도 하시고...
그이와 유나도 왔다 가고, 가까운 친척들과 지인들도 다녀 가시고...
3일 오후 6시 차로, 나는 다시 대전으로 내려왔다.
6일, 아버지의 상태가 많이 안좋아지고 있다고는 소식에
7일 다시 인천으로 향하였다.
아버지와의 이별을 예감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었다.
나를 알아 보셨지만, 몸 움직임도 덜 하시고...
반짝 반짝 빛나던 눈빛이 지금도 선하다.
8일 새벽과 오후, 두차례 고비를 넘기시고 편안히 주무시길래
동생내외와 밤9시경 나가서 저녁을 먹고 들어왔었다.
9일 새벽 2시경부터 다시 미열이 올랐고
해열제를 맞고 열이 식으며 급속히 안좋아지셨다.
새벽 5시 반경, 담당간호사가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알릴 사람들께 알리라고 하여
그이한테 전화를 하였고 8시경 도착하여 아버지의 임종을 지켰다.
오전 9시 20분경 아버지께서는
가쁘게 몰아 쉬던 호흡이 서서히 잦아들며
이세상과 작별을 하셨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마음 편히 잡수시고 한숨 주무시고 나면 괜찮아 지실거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하며 나는 울먹였었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며
저 세상에서는 아프지 말고, 이 세상에서 좋았던 기억만 갖고 가시고
우리 다시 만날때까지 평안하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우리 윤민이 만나면 할아버지가 사랑으로 보듬어 주시라고 부탁도 드렸다.
'아버지 사랑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아버지는 이렇게 자연으로 돌아가셨고
평소 말씀하시던 대로 수목장을 할 수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2015년 1월 21일 촬영하였다는 아버지의 마지막 사진으로
증명사진이 필요해 동생댁과 함께 가서 찍었다고 한다.
주인 잃은 아버지의 시계는 여전히 흐르고
흰운동화와 지팡이도 현관을 지키고 있다.
아버지께서 매일 보았을
방안에서도 보이는 놀이터 옆 은행나무도
침대옆 TV위의 가랑코에도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그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건넌방 탁자위에 아버지의 사진을 올려 놓았다.
꽃을 좋아하시던 아버지께서 늘 보던 화분과 함께...
태풍 노을의 영향으로 밤새 비가 내렸고
엄마는 이른 아침 조개 된장국을 끓여
밥과 함께 아버지 사진앞에 놓아 드렸단 말에
나는 또 눈물이 흐르고...
12일 오후, 엄마랑 아버지 계신곳에 다녀왔고
13일, 오전 삼우제를 지낸 후
대전으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꿈결같이 아득하기만 하다.
13일, 친정집을 나서며
아버지께서 해마다 보았을
아파트 1층 현관 앞 화단의 꽃들이 너무 예뻐 담아 보았다.
'아버지~ 편안하시죠~
이곳 걱정은 하시지 말고
그곳에서 날마다 좋은날, 행복한날 되시길 바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