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儉而不陋 華而不侈

나의 이야기/나의 이야기

2010년 7월 22일 KACE대전 북라이크 운동 발대식

송이 2010. 7. 22. 16:39

 

 

타오르는 책

 

                                                    남 진 우 詩

 

그 옛날 난 타오르는 책을 읽었네

펼치는 순간 불이 붙어 읽어나가는 동안

재가 되어버리는 책을

 

행간을 따라 번져가는 불이 먹어치우는 글자들

내 눈길이 닿을 때마다 말들은 불길 속에서 곤두서고

갈기를 휘날리며 사라지곤 했네 검게 그을려

지워지는 문장 뒤로 다시 문장이 이어지고

다 읽고 나면 두 손엔

한 움큼의 재만 남을 뿐

 

놀라움으로 가득 찬 불놀이가 끝나고 나면

나는 불로 이글거리는 머리를 이고

세상 속으로 뛰어들곤 했네

 

그 옛날 내가 읽은 모든 것은 불이었고

그 불 속에서 난 꿈꾸었네 불과 함께 타오르다 불과 함께

몰락하는 장엄한 일생을

 

이제 그 불은 어디에도 없지

단단한 표정의 책들이 반질반질한 표지를 자랑하며

내게 차가운 말만 건넨다네

아무리 눈에 불을 켜고 읽어도 내 곁엔

태울 수 없어 타오르지 않는 책만 차곡차곡 쌓여가네

 

식어버린 죽은 말들로 가득 찬 감옥에 갇혀

나 잃어버린 불을 꿈꾸네

 

- 현대문학 1998.2

남진우 | 시인. 문학평론가.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시집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 『죽은 자를 위한 기도』 『타오르는 책』 『새벽 세시의 사자 한 마리』, 평론집 『바벨탑의 언어』 『신성한 숲』 『숲으로 된 성벽』 『그리고 신은 시인을 창조했다』 등이 있다.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오전 8시 25분~

KACE대전 윤혜숙 회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북라이크 운동 발대식에서 시낭송을 해주었으면 한다고~

축가를 부르기로 했던분이 갑자기  행사에 참석할수 없는 상황이 생겨서~~ ㅠㅠ

오전 10시 행사~

급히 아침상을 치우고 인터넷으로 책에 대한 검색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찾은 詩 

남진우님의 '타오르는 책'

인터넷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  

 북라이크 운동에 딱 어울리는 詩인듯 싶었다.

20번도 못 읽어 보고

11시쯤 도착하여

국제 북라이크 운동본부 차경환 교수님의 특강이 끝나자 마자 시낭송이 아닌 시낭독~~

행사가 끝나고, 참석했던 많은 분들이 너무 좋았다고 얘기를 해서 흐뭇하였다.

내가 들려준 시 한편이

잠깐이나마 그들의 마음속에 머물러 감동을 줄수 있었다니

나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