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버리기 쉬운 일상의 기록을 담아내는 나만의 공간
儉而不陋 華而不侈

대전 대덕구 이야기

대덕&라이프에 실린 기사

송이 2014. 1. 13. 15:00

 

 

 

 

 

< 계족산의 겨울 풍경 대덕구 블로그 기자 송석화> 대덕&라이프 1월호 원고

 

   지난 1128일 전날 내린 눈으로 설산이 되어 버린 계족산을 찾았다

집 가까이에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갈수 있는 계족산이 곁에 있어 자주 찾고 있는데

오늘은 동부평생교육문화센터 뒤 송촌체육공원으로 해서 매봉중학교 앞 굴다리를 지나

법동소류지를 거쳐 임도 따라 옥류각 까지 걸으며 눈 쌓인 계족산의 아름다운 풍경에 또 한 번 반하였다.

   높이 423.6m인 계족산은 대전의 진산(鎭山)으로, 일명 봉황산이라고 불리었을 만큼

봉황의 기운을 가진 산이라고 한다. 산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세월동안 이 땅을 살아간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왔으며, 계족산이란 풍수지리설에서 산의 형세가 닭의 다리와 흡사한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의 회덕현조와 고려사에도 계족산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오래전부터 계족산이라는 지명이 쓰인 것을 알 수 있으며 현재 산의 정상 부근에는 '봉황정' 이라는 정자가 있어 대전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으며 능선을 따라 3km 거리에 계족산성이 축조되어 있다.   또한, 계족산 봉황정에서 해질녘 내려 다 보이는 아름다운 저녁노을은 대전8경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으며, 14km의 계족산 황톳길은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6월부터 60일간 진행한 온라인 전 국민 투표에서 대한민국에서 꼭 가봐야 할 관광지 3위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계족산에는 여러 갈래의 등산로가 있어 자신의 체력에 맞게 선택하여 오를 수 있어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고 있으며 대덕구 200리 로하스길 10구간인 '산디마을 산신제 길'11구간 '덕을 품은 길', 12구간 '동춘당 생애 길'은 스토리가 흐르는 녹색길로 연결되어 대덕의 정기가 서린 봉황마당에서 만나게 된다.

   오늘 산행의 종착점이었던 옥류각은 1693년 제월당 송규렴(1630~1709)선생이 중심이 되어 동춘당 송준길(1606~1672)선생이 강학하던 곳(비래암)을 기념하여 세운 누각으로 우암 송시열, 송애 김경여, 창주 김익희등 당시의 석학들과 학문을 연마하던 장소였다고 하며, 동춘당의 학맥을 잇는 문인과 후손들이 선생의 학덕을 깊이 존경하며 사모하는 공간으로 소중히 여겨왔다고 한다. 옥류각은 계족산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물이 사시사철 누각 아래로 '옥류'가 되어 흐르고 있으며 계곡물이 휘돌아 작은 폭포를 이루기 직전의 지점에 높이가 다른 여러 가지 모양의 주춧돌을 유수암반 전후좌우에 놓고 그 위에 집을 앉혔는데 자연 속에 누각을 짓고 누각 속에 자연을 끌어 들여 소박하고 아름다우며 옥류각 현판은 곡운 김수증선생이 쓰셨다고 한다.   옥류각 방으로 들어가는 문 위에는 來遊諸秀才 愼勿壁書 以汚新齋(래유제수재 신물벽서 이오신재-이곳에 놀러온 여러 수재는 벽에다 낙서하여 새 재사를 더럽히지 말라-1647)라고 쓰인 편액이 걸려 있는데, 우암 송시열 선생이 쓴 '비래암 고사기'에 의하면 동춘 송공(송준길을 말함)이 이것을 종이에 써서 벽에 걸어 여러 학생을 경계하였고 26년 후에 공이 별세하였는데 여러 학생 중 송유제 등이 글씨가 오래되어 알아보기 어렵게 된 것을 우려해서 이지러진 획을 보충하여 나무에 새겼다고 하는데 34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흠이 없이 완전하게 보존되어 동춘선생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옥류각 어귀에는 동춘선생의 글씨를 암각한 '超然物外(초연물외)'가 있는데 눈과 바람과 햇빛이 빚은 색다른 겨울풍경이 초연히 세상 물정 너머 자연 속으로 들어온 나를 반기는 듯하였다.

   올겨울은 예년에 비해 눈이 많이 내릴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오르락내리락 눈 쌓인 계족산을

오를 땐 혹시 모를 미끄러짐을 예방하기 위해 아이젠 꼭 챙겨 신고, 명산의 기운이 한곳으로 집약되어

발현되는 소망의 공간이 있는 계족산을 찾아 새해소망을 기원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