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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제비꽃에 대하여 / 안도현

송이 2018. 4. 2. 16:57

아파트 입구, 보도블럭 돌 틈 사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자주빛 제비꽃이

'나 살아서 봄을 맞았어요~' 하며

기쁘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것 같다. 


참, 대견하다~




제비꽃에 대하여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는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제비꽃 편지


                                        안도현


제비꽃이 하도 예쁘게 피었기에

화분에 담아 한번 키워보려고 했지요

뿌리가 아프지 않게 조심조심 삽으로 떠다가

물도 듬뿍 주고 창틀에 놓았지요

그 가는  허리로 버티기 힘들었을까요

세상이 무거워서요

한 시간이 못 되어 시드는 것이었지요

나는 금세 실망하고 말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것도 없었어요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래서

좋다

시들어라, 하고 그대로 두었지요




*^^* 시들 때는 시들 줄 알아야 꽃인 것이지요

그런 것이지요......




4월 13일에 만난 연보라 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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