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버리기 쉬운 일상의 기록을 담아내는 나만의 공간
儉而不陋 華而不侈

아들을 추억하며 19

2023년 2월 25일

2023년 2월 25일(토) 오전 11시 30분경 집을 나서 윤민이한테 다녀왔다. 오늘은 왜 그런지 한달여 만에 가는 길인데 아주 오랜만에 가는 것 같았다. 이제는 어머님한테 먼저 들리고...... 정오의 햇빛은 따스한데 바람은 아직 차가웠다. 따뜻한 차 한잔 따라주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베란다 화분의 수선화가 꽃을 피웠다. 지난 여름과 가을 땅속에서 잠자고 있다가 때가 되었다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사람도 그러했으면... 아니 사람도 그러하리라... 때가 되면은... 윤민이 떠나고 어느새 열번째의 봄을 맞이하고 있다. 때가 되면 다시 만나리라. 때가 되면은......

2023년 1월 28일

2023년 1월 28일(토) 오늘은 어머님이 돌아가신지 49일째 되는 날. 형제들이 은하수공원 제례실에서 모여 제를 지내고 산소에 들렸다. 평안하시기를 바란다. 윤민이 한테도 들려 장미꽃 한송이 놓아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갑천의 풍경 나의 유산은 / 장석남 내 유산으로는 징검다리 같은 것으로 하고 싶어 장마 큰물이 덮었다가 이내 지쳐서는 다시 내보여주는, 은근히 세운 무릎 상부같이 드러나는 검은 징검돌 같은 걸로 하고 싶어 지금은, 불어난 물길을 먹먹히 바라보듯 섭섭함의 시간이지만 내 유산으로는 징검다리 같은 것으로 하고 싶어 꽃처럼 옮겨가는 목숨들의 발밑의 묵묵한 목숨 과도한 성냄이나 기쁨이 마셨더라도 이내 일고여덟 형제들 새까만 정수리처럼 솟아나와 모두들 건네주고 건네주는 징검돌의 은은한 부동..

2023년 1월 8일

2023년 1월 8일(일) 어머님 생신을 앞두고 은하수공원에 다녀왔다. 한 달 전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살아계실때처럼 형제들이 꽃바구니, 케잌과 과일 등을 하나씩 준비해와 제례실에 모여 어머님을 추모하였다. 윤민이한테도 들려 꽃한송이 놓아 주었다. 윤회란 고(苦)와 락(樂)의 반복이라는데 저 세상은 고락이 사라진 진정 자유로운 세상일까? 그런 세상이길...... 이세상도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면 고락이 사라지며 해탈에 이른다는 법륜스님의 강론이 생각나 적어본다. 모두모두 평안하기를......

2023년 1월 6일

새해 새 다이어리를 받으면 제일 먼저 가족들의 생일을 적는데 윤민이의 생일이 빠르다 보니 제일 먼저 체크하게 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윤민 생일' 이라 적고 나이와 함께 동그라미를 하였다. 윤민이가 33번째 생일을 맞았다. 그동안 해마다 페이스북에서 윤민이 생일이라며 메일을 보내주었는데 올해는 어쩐일인지 오지 않았다. 윤민이 페이스북에 들러 글을 남겼다. 생일 축하한다고... 엄마는 잘 지내고 있다고... 때가 되면 다시 피는 꽃처럼 때가 되면 다시 만나리라.

2022년 12월 25일

오늘은 크리스마스. 연일 한파주의보가 이어지며 쌀쌀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오후 1시 30분경 집을 나서 윤민이한테 다녀왔다. 윤민이 떠난 겨울. 어느새 만 9년... 열번째 겨울을 보내고 있다. 어머님 계신 곳 들렸다가 윤민이한테 갔다. 그동안 한달에 한번씩 찾아갔는데 어머님이 계셔서 당분간은 더 자주 가지 싶다. 올해는 늦게 겨울 추위가 시작되더니 눈도 예년에 비해 자주 내리는것 같다. 눈을 치우고 돗자리를 펴고 앉아 따뜻한 차를 따라 주었다. 바람이 차가웠지만 옷을 따뜻하게 입고 가 그리 춥지는 않았다. 그동안의 세월이 약이 되었을까? 오늘은 마음이 담담하였다. 그이가 며칠째 속이 안좋다고 한다. 큰일 치루느라 힘들어서 일까? 얼른 괜찮아 지길 바란다. 3시 조금 넘도록 있다가 돌아왔다. '다음에 ..

어머님과의 이별

한겨울 추위가 찾아왔다. 17일(토) 오전, 강한 바람과 함께 눈이 내렸다. 13일에도 눈이 내렸고 이번 주말 강추위가 예보되어 있다. 지난 11일(일) 새벽, 어머님께서 갑작스레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저 세상으로 가셨다. 저녁 잘 잡수시고 10시 넘어 주무셨는데...... 1시경......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13일 발인을 하고 15일 삼우제를 지내며 장례 절차를 마무리 하였다. 어머님 가시는날도 흰 눈이 내렸다. 어머님을 선산이 아닌 은하수공원에 모셨다. 허토를 하며 매일 집에만 계셨는데 가고 싶은 곳 마음대로 다니시라 하였다. 이 세상에서의 좋은 기억만 가져가시고 평안하시길 바란다. 어머님 장례절차를 다 마무리하고 그이랑 윤민이 있는곳에 잠깐 들렀다. 윤민이 있는곳과는 약 100여미터..

2022년 11월 27일

2022년 11월 27일(일) 그이랑 도안동에 있는 결혼식장에 갔다가 윤민이 한테 다녀왔다. 어제 들리려고 했다가 못들려 오후 4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이었지만 잠시 들렸다가 가기로 하고 출발하였다. 4시 20분경 도착하였고 짧아진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지난달만 해도 조금 달려있던 벚나무 잎들은 모두 떨어지고 없었다. 실꽃을 어제 준비해 놓았었는데 예식장에 가방을 바꿔가지고 가는 바람에 꽂아주지 못하였다. 올가을, 지인들 자녀의 결혼식이 많았다. 그러면서 윤민이 생각도 더 많이 나고... 그이도 그러했으리라... 5시가 되어 일어섰다. "윤민아 잘 있으렴~ 다음에 또 올께~" 윤민이 떠난 12월이 다가온다. 씩씩하게 잘 지내리라......

2022년 10월 22일

2022년 10월 22일(토) 오전 11시 넘어 집을 나서 윤민이한테 다녀왔다. 한달여만에 다시 찾은 곳~ 가을빛이 완연하였다. 한달전과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었다. 곱게 물든 벚나무 잎이 바람에 대롱대롱 풍경처럼 흔들렸다. 정오의 따사로운 햇살아래 잠자리가 짝을 지어 비행하는 풍경, 들려오는 새소리 모든것이 평온하였다. 윤민이 앞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 시간~ 세월이 흐르며 담담하다. 요즘 지인들 자녀의 결혼식이 많다보니 윤민이 생각도 많이 난다. 윤민이도 이때쯤 결혼한다고 했을까..... 아니면 요즘 비혼도 많으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도 한다.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가을, 나도 곱게 물들어가길 바란다.

2022년 9월 25일

2022년 9월 25일(일) 오후에 약속이 있어 오전 9시 40분경 출발하여 윤민이한테 다녀왔다. 추석이 있었고 2학기 강의가 시작되며 바쁘게 보낸 9월이었다. 오늘은 111번째 만남. 엄마의 손길이 닿아 있는 작은 선물을 꽂아 주고...... 한달 사이에 벚나무는 가을빛을 띠고 있었다. 구름이 끼어 양산을 쓰지 않아도 되었고 약 한시간 가량 머물다 왔다. 그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화살나무 잎도 곱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어느새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다가왔다.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으리라...... 잘 지내고 있으리라...... 윤민이한테 다녀온 기운으로 나도 씩씩하게 이 가을을 보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