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25일(목), 오후 4시
대전문학관에서 기획전시 젊은 작가전Ⅱ
설탕이 녹는 시간 전시를 마무리하며
「작가의 소리 독자의 소리2」시 콘서트 행사가 있어 다녀왔다.
지인의 추천으로 시인의 시낭독을 위하여~
문학관 앞의 가을 풍경~
설탕이 수조에 떨어지는 모습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알게된 시인 김채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 보였다.
불통.1
김채운
횟집 수족관 뜰채로 건져 올린 건
한 마리 활어(活漁)가 아니다
신음으로 팔딱이는 한마디,
활어(活語)다
부릅뜬 두 눈 부딪는
마른 허공에 대해
가까스로 아가미를 통과하는
들숨 날숨에 대해
뜯겨나간 비늘에 대해
난만한 꼬리지느러미에 대해
지리멸렬한 살점과
몸통의 남은 가시에 대해
생선으로 명명되는 순간
이미 내 것이 아닌 목숨일 뿐
달려 나간 바다는 돌아오지 않는다
다만, 싱싱한 미각을 위해
잘 저며진
신음 한 접시
오후 두 시
김채운
정류장에 닿은 버스가 황급히 옆구리를 벌려
아이와 아낙을 꺼내놓고는
허리춤 추켜올릴 새도 없이 자리를 뜬다
아이는 세상의 근심 다 쓸어 담아 울상이고
아낙은 그 근심 죄다 쓸어내 주려는 듯
서둘러 아이를 들쳐 안고 길섶
산수유 노란 꽃그늘 속으로 든다
한켠에 팽개쳐진 짐 가방이 뿌루퉁하다
아이의 부끄러움 감추기 위해
뒤돌아 앉은 아낙의 등짝, 거리낌 없이 훤하다
그 부끄러움 추스를 새도 없이
주섬주섬 짐 가방 챙겨 든 모녀는 사라지고
궁색한 해우를 마친 촉촉한 자리에
수선스레 봄 햇살 무더기로 몰려와
춘곤에 겨운 목숨들 죄 깨워놓고야 마는,
어지럼꽃 피었다 진다
김채운
진종일 아이는 강가에 서서
담당담방 물수제비 뜨고 있다
아이의 몸이 강물과 함께 기울면
속도를 실은 얄따란 돌멩이
한 땀 한 땀 수면을 깁고
접혀 들어간 잔별의 허리 거꾸러진다
물수제비 뜬 자리마다
미세한 시간차로 살아나는 동심원
그 어지럼꽃 화안하게 피었다 진다
멈춘 시간의 문턱을 짚듯, 돌멩이
강바닥에 몸을 묻는다
아이가 던지는 둥그런 말들은
온통 강물의 꽃무덤 되어 흘러
기다림의 허기는 채워지지 않고
앞산이 강물 깊숙이 제 그림자 새겨 놓는데
저물도록 아이는 물수제비 뜨고 있다
불현듯 솟아오른 개밥바라기별
둥글고 얄따란 아이의 손을
오래오래 쓰다듬고 있다
물수제비 뜬 자리마다
어둠 삼키며 피었다 지는
어 지 럼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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