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9일, 일요일 아침 8시.
발인식을 진행하며
엄마의 시낭송하는 모습을 자랑스러워했던 윤민이를 위하여
내가 서정주님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란 詩를 들려주었다.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 5시경 일어났는데
내가 평소에 좋아하여 암송하였던 이 시가 떠올라
윤민이 마지막 가는길에 들려주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에
흰봉투에 적었고,
윤민이를 위해 낭독을 해 주었다.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
.
.
.
그래 우리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인거야...
그리고, 유나가 오빠에게 편지를 써와 읽어 주었다.
To 윤민오빠
안녕! 편지로는 처음 만나는거 같아
뭐.. 곧 생일이니 그때 하나 쓰려구 했는데 걍 이 대신하지 뭐.
사실 지금도 거짓말 같은데 편지 읽고 있네 ㅋㅋ
진짜 문열구 들어올꺼 같구.. 음.. 많이 아쉬워
나 이제 대학가면 시간표 짜는것 부터 OT MT 교수님들 대하는거
뭐 다 궁굼해서 물어보려구 했는데 ㅠ.ㅠ
그리고!! 젤 중요한 내 졸업식,
나 중학교 졸업식때 군대 가는라 못오고 너무하다.
나두 친구 몇명 부르고 싶었는데 오빠를 아는 애들이 하~~나도 없단 말이지
난 오빠 얘기 많이 했는데 오빤 내 얘기 하나도 안했지?
하긴 난 오빠가 자랑스럽지만 오빤 내가 별로..
내가 뭐 잘하는 것두 없고, 오빠가 맨날 공부나 좀 하라구 했는데
맨날 겜만하구 놀고 ㅋㅋ
그런데 어차피 오빤 우리집 간판이니까 보여지는게 커서
오빠가 잘하는데 뭐, 이런 생각으로 내가 하고 싶은데 갔나봐.
오빠가 그~렇게 무시하더니 내가 상타와서 자랑하려구 했는데
뭐 거기 가서 자랑하면 되지,
오빠 면허도 따 놓구선 아빠한테 자기가 운전한다구 하다가 맨날 차였잖아
두번? 한번 떨어지고, 난 자동 따려구 했는데
오빠 면허가지구 엄마 데리구 다니려면 수동따야겠다ㅠㅠ
난 한번에 통과해주겠어 S(^ ^)z
사격장은 왜 이렇게 많이 다녀 ㅋㅋ
아주 오빠도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고 ㅋㅋ
맞다. 쭉 보면서 느낀게 친구 짱 많더라.
나도 많다구 생각하는 편인데 오빠보니깐 새발의 피네.
나랑 안 놀아 주더니 친구들이랑만 놀러 다니고! 나빴다!!
나도 친구들 형제 자매 에피소드 들으면서 디게 부러웠는데
난 생각나는게 없어서. 그냥 그런게 참 아쉽다.
이제 카톡도 하면서 쫌 친해진건줄 알았는데,
그래도 오빠가 내 오빠여서 좋았어.
앞으로도 좋을 예정이구!
엄마 아빠 글구 나랑 또 가족들 옆에서 잘 봐주고
아니다 싶으면 잠잘때 와서 살짝 알려주던지.
나보다 이쁜 손도 못 잡아보고
한번 안아보는 것도 많이 못해보고
고맙고 미안하단 말은 했는데
좋아한다거나 부끄럽지만 사랑한다는 이야기는 못해본거 같당.
그냥 어제두 얘기했지만 지금두 함 얘기 할께
많이 많이 사랑해!!
가서도 나, 엄마 아빠 모습 잊음 안되구,
나두 오빠 절대로 잊을리가 없구.
쓰다보니 세장씩이나 되버렸다.
여백이 있지만 슬슬 줄일래
아쉬운거 밖에 얘기한 편지지만 이해해주고
옆에서 우리 엄마 아빠 잘 지켜주고,
내가 잘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오빠 몫까지 해보게 노력은 하겠어.
그럼 편지로는 안녕!
편지말고 이제 아직은 춥지만 오빠자리에서 보자구~! 응. 끝이야
긴거 읽어줘서 들어줘서 고맙다!
이렇게 아쉬운 마음을 전하고
윤민이와 같은 차를 타고 세종시 은하수공원으로 향하며
엄마 아빠 걱정하지 말고 잘 가라는 얘기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겨울 나라에서 여름나라로~
그리고...
아! 하얀재로 돌아온 윤민이...
따뜻한 온기로 아기가 되어 돌아온 윤민이를 품에 안고
윤민이의 육신이 편히 쉴수 있도록 마지막 절차를 진행하였다.
윤민이의 새로운 집 주소는 은하수 1-8-376
어려서부터 별을 좋아했던 윤민이~
아직도 하늘색 신을 신은 윤민이의 모습이 선명하다.
지금쯤 어느별에 도착해 있을까?
<윤민이와 2010년 2학년때 우정원 기숙사에서 한방을 썼던 형이 보내온 문자>
12월 28일 오후 11시 16분
오늘 찾아뵈었던 윤민이의 형 병호예요.
어머니. 돌아가는 길에 한없이 윤민이가 다시 보고싶네요.
주위에 함께 할 친구들이 많아 제가 발인까지 함께하지 못함을 용서하세요...
어머니...
1년이었지만 윤민이와 함께 기숙사에서 동고동락하던 그때를
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기억 할 것입니다.
어머니 윤민이가 얼마나 훌륭하고 멋진 동생인지도
오늘은 다 이야기 할 수 없었지만 다음에 차차 이야기 해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보다도 가슴 아프실 어머니 생각에 제 마음 또한 무너집니다.
아무쪼록 건강해치지 않으시길 기도합니다.
-배병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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