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윤민이 떠난후,
어느덧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다가왔고 추석이 찾아왔다.
38년만에 찾아온 이른 추석이자,
윤민이 떠난후 처음 맞이한 추석을 준비하며
가슴 한켠이 아렸고,
8일 아침, 추석 차례 지내고 동서와 조카들 돌아간후
더이상 못참고 나는 무너져 내렸었다.
한시간 가까이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고
겨우 진정하고 있는데
아버님께서 나를 찾으며 애썼다고 봉투를 주시면서
윤민이 용돈도 조금 넣었다고 하는 말씀에
또 눈물이 흘러 그만 아버님께 눈물을 보이고 말았었다.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헤어질때 마다 손자.손녀들 용돈을 늘 챙겨주었는데
어제도, 손자 손녀들 용돈 줘 보내면서
윤민이 생각에 나에게 윤민이 몫을 주신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오후 사흘만에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바탕화면에 '윤민아'라고 쓰인 못보던 한글 파일이 있어 열어보니
아버님께서 윤민이에게 쓴 편지였고,
글을 보면서 또 눈물이 흘렀었다.
마침, 그이가 윤민이한테 갔다 오자고 하여 4시경 집을 나섰고
아가씨네 식구들이 와 있어 아버님께는 얘기하지 않고 다녀왔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내 눈물샘은 흘러 넘쳤고
윤민이한테 가는 내내 멈출줄을 몰랐다.
20여일 만에 찾아간 그곳에는
어느새 가을색이 묻어나고 있었고
윤민이는 말없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특별한 날이면 더 생각나는 윤민이~
한참을 앉아 윤민이와의 추억을 떠올렸고
윤민이에게 엄마.아빠가 운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고
다음에 또 오겠다 하고 돌아왔다.
그이가 세월이 흘러 윤민이 생각하는 마음이 무뎌지고
감정이 메말라질까, 그것이 걱정이라고 했지만
세월이 흘러도 윤민이는 그이와 나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23살 풋풋한 청년의 모습으로...
"윤민아~ 사랑한다~ 잘 지내고 있으렴~"
윤민아! 사랑하는 윤민이가 왜 여기와 있단 말까, 보고싶고 그리웁고 서럽고 슬프도다. 오늘은 한가위 추석날, 네자리가 비어 있어 더더욱 생각나고 보고 싶지 않겠는고. 보고싶은 윤민아, 버스창 너머로 대학생들 지날때면 건장하고 훤칠했던 우리윤민 생각나고, 국세청 정류장에 가방메고 기다리는 젊은 청년 바라보면 우리윤민 생각나고, 남녀쌍쌍 젊은 또래 가는 모습 바라보면 너의생각 문득난다. 너의체취 배여 있는 건너방 문열때면 누워 있는 너의 모습 착각하니 이노릇을 어찌하나, 수원땅 지날때면 공부하는 우리윤민 있으려니 착각은 웬일일까, 그리운 윤민아 너 어찌 여기와서 외롭게 누워 있나. 아려오는 그리움에 내마음 저려오니 엄마아빠 마음은 이세상 무엇으로 표현하랴. 그져 가슴 아픈 눈물 뿐이로다, 하느님의 뜻으로 이승 저승 갈라 놓았으니 슬프고 원통하다. 천상극락에서 영생복록 누리면서 다음 세상 같이살자. 금년 추석날은 네자리가 비어있어 너무도 허전하여 마음 아팠단다. 사랑하는 윤민아, 그리운 윤민아, 언젠가 네뒤따라 나도 천상으로 갈 것이다. 그때 만나보자. 2014 갑오년 추석날 할아버지 합장. |
글을 쓰며 아버님이 쓴 편지를 복사해서 올려 본다.
지금 다시 읽어 보니
아마도 윤민이한테 가서 읽어 주려 쓰신것 같다.
아버님 마음이 내마음과 같다.
나도 길가의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윤민이 생각이 난다.
식구들 추석 양말을 사면서도 윤민이가 생각이 나고
쇼윈도 마네킹이 입은 옷을 보고도
윤민이가 입으면 잘 어울릴텐데하고...
작년 추석에는 윤민이와 함께 했었는데...
일년전, 일년후 이런 상황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안했었고
윤민이가 없는 추석을 맞이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는데...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것이 삶이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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