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수국(水國)에 와서
이근배
여기 와 보면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에
바다를 가두고 사는 까닭을 안다
바람이 불면 파도로 일어서고
비가 내리면 맨살로 젖는 바다
때로 울고 때로 소리치며
때로 잠들고 때로 꿈꾸는 바다
여기 와 보면
사람들이 하나씩 섬을 키우며
사는 까닭을 안다
사시사철 꽃이 피고
잎이 지고 눈이 내리는 섬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별빛을 닦아 창에 내걸고
안개와 어둠 속에서도
홀로 반짝이고
홀로 깨어 있는 섬
여기 와 보면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꿈의 둥지를 틀고
노래를 물어 나르는 새
새가 되어 어느 날 문득
잠들지 않는 섬에 이르러
풀꽃으로 날개를 접고
내리는 까닭을 안다.
이근배 / 1940년 충남 당진 출생. 1960년 서라벌예대 졸업,
그 해에 시집 『사랑을 연주하는 꽃나무』를 냄.
1961년 ≪경향신문≫≪서울신문≫≪조선일보≫1962년 ≪동아일보≫
196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시조 당선.
'신춘시(新春詩)' 동인. 한국시조시인협회장 역임. 한국문학작가상,
중앙시조대상, 육당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등 수상.
시집 『노래여 노래여』『동해 바닷 속의 돌거북이 하는 말』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장편서사시집『한강』,
수필집 『시가 있는 국토기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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