別於曲(별어곡)
박세현
슬픔은 어디서나 자라고 있다
곱슬곱슬한 고사리의 머리털 같은 슬픔
백이숙제도 먹지 않았다는 서글픈 나물의 이름같은
해묵은 핏발이 풀리지 않고 새록새록 피어난다
완장을 찬 역무원이 씩씩하게 깃발을 올리자
질긴 슬픔 몇 덩이가 꾸물거리며 출발한다
제천으로 가는 슬픔
원주기독교병원으로 가는 슬픔
예미 함백 석항으로 이사가는 슬픔
영월 청령포로 흘러가는 슬픔
서울 공장으로 굴러가는 슬픔
슬픔은 역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목숨이 붙은 한 어디든 가고 또 간다
고사리 같은 슬픔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살아있기 때문에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또 고사리 같은 손을 내밀어 손짓한다
외로운 역사(驛舍)가 졸고 있는 역무원을 깨우듯이
슬픔이 사람들을 흔들어 깨우고 있다
단 한번도 아름다워보지 못한 사람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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