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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저녁을 / 오규원 詩

송이 2010. 8. 16. 23:30

 

여름에는 저녁을

 

                   오규원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숲 속에서는

바람이 잠들고

마을에서는

지붕이 잠들고

 

들에는 잔잔한 달빛

들에는

봄의 발자국처럼

잔잔한

풀잎들

 

마을도

달빛에 잠기고

밥상도

달빛에 잠기고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밥그릇 안에까지

가득 차는 달빛

 

아! 달빛을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오규원(1941년~2007년) 시인은 경남 밀양에서 출생하였으며 1966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동아대학교 법대를 나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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